Nature

'치유농업(care farming)'이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 회복을 위해 농사일과 농촌경관을 활용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일컫는다. 사회·치료적 원예, 동물매개 개입, 녹색운동, 생태치료, 야생치료 등과 함께 '녹색치유(Green care)'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선진국에서는 치유농업, 사회적농업, 녹색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의 다양한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이슈로 떠오른 치유농업은 국가마다 용어와 집중하는 분야, 추진 주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몇해 전부터 관심이 늘고 있다.

치유 농업은 일반적으로 치유중심(Care-oriented), 고용중심(Employment-oriented), 교육중심(Education-oriented)으로 나뉜다.

실제 현재 유럽 전역에는 치유농업 형태의 사회적 농장수가 노르웨이 600개소, 네덜란드 1천개소, 이탈리아와 독일이 각각 400개소 등 유럽 전체에 3천개소 이상이 운영되고 있으며, 각 국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은 치유농장이 많은 반면 영국은 원예치료, 독일과 핀란드는 동물매개치료가 발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국가들은 학습장애,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치매노인 등을 고객으로 하며, 스위스와 스웨덴은 취약 어린이가 주 고객이다. 

네덜란드의 치유농업 현황

네덜란드는 1995년 50개의 치유농장으로 시작해 97년에 75개, 2010년에는 1천개, 2015년 현재 1천100개로 증가했으며 매주 2만명 이상이 치료를 받고 있는 치유농업의 선도국가이다. 민간농업에서 시작된 치유농업이 국가 지원으로 더욱 발전해 농촌 혁신과 사회 치유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치유농장에서 치유, 돌봄, 건강 증진이 모두 이뤄지며, 소득은 농업 생산과 치유 활동에서 얻어지는 형태이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당 하루 평균 비용은 농장주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77유로(한화 9~10만원), 기관 또는 조합을 통해 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50유로(한화 6~7만원) 정도다. 이용비용은 농림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부담하고 있다. 과거에는 절차가 복잡했지만 2005년부터 간소화돼 환자가 직접 시정부와 계약한 후 병원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의료보험 책정 예산이 있어 의료 시설과 직접 계약할 수도 있고 지역 치유농업 협회에 대부분 농가들이 가입돼 있어 그 지역 협회와 계약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국가(전국)단위 치유농업협회(federation of care farm)에서 각종 기준을 만들어 적정 수준의 치유농장을 지정하고 있다. 

이용층 또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자폐아, 치매, 중독자(마약, 알콜, 게임)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학교 부적응자나 비행 청소년 등도 치유농장을 찾는 등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모델 치유농장 '후퍼 클라인 마리엔달'

이 농장은 농업연구분야에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와게닝겐대학 수석연구원 얀 하싱크 교수가 직접 운영하는 치유농장이다. 10명의 직원이 채소 텃밭, 동물농장, 식당, 치유 작업실, 목공예실 등에서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매일 25명씩, 일주일에 90명 가량이 방문해 치유를 받고 있다. 환자의 종류도 다양하다. 수요일과 토요일은 자폐아가 방문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노인 치매 환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얀 하싱크 교수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병원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치유농장으로 보내지고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치유농장에서 자신감을 회복해 농장일을 배우기도 하고 남을 돕는 직업으로 사회에 다시 복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치유농장 '더 호이란든'

토목 전공인 남편과 시티 플래너 전문가였던 부인 플로어 더 칸터씨 부부가 농촌으로 귀농해 11년째 운영하고 이 농장은 하루 평균 10명 정도의 환자를 받고 있고 관리는 소규모 치유농장이다. 

부인 플로어 더 칸터씨는 "사회적 활동이 불가능한 사람이 의료보호 처방을 받고 농장에 오게 된다"며 "다운증후군 환자는 그냥 있다 가기도 하지만 사회적응을 못하는 사람 중 실제로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치유전문 농장 '호흐-브룩(Hoog-Broek)

이 농장은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는 농업치유전문농장이다. 주로 치매노인, 어린이 자폐증 환자들이 주요고객이고 가장 큰 소득은 힐링팜 케어쪽에서 얻고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돼지, 소, 염소 등의 동물에게 모이를 준뒤 티타임 갖고 공작, 목공예 등의 활동을 한후 오후 4시면 집으로 돌아간다. 겨울에 활동하기 위한 유리온실도 마련돼 있다. 하루에 25명이 방문하고 있고 15명의 케어전문가가 두그룹으로 나눠 치유를 맡고 있다. 하루 비용은 60~100유로지만 스페셜 케어는 비용이 더 올라간다. 

종합치유농장 '파라다이스'

이 농장은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갖춘 종합 치유농장이다. 유기 농산물 생산 농장이 사회적 돌봄 서비스와 결합된 형태로 연매출 17억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반인부터 치매 노인과 어린이까지 다양한 고객에 맞춰 코디네이터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간호사 등 전문 인력 20여명이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생산된 유기 농산물은 농장내 상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고 하루평균 20~25명의 고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팬션도 있어 자폐아들이 그룹별로 하루동안 숙박을 하면서 농장 체험을 하기도 한다. 

벨기에의 치유농업 현황

벨기에의 치유농업은 농업과 사회복지가 결합한 성격으로 공공성격에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요양기관 등 시설에 입소한 환자들에 대한 부담보다는 치유농장이 저렴해 사회적 복지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치유농업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사회복지기관이 치유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제공해 줌으로써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2003년 처음 치유농업을 도입했을 때 46개소에 불과했으나 불과 11년 만인 2014년 807개로 급증했다. 이 같은 배경은 정부가 치유농장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며, 특히 그린케어협회가 발족하면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녹색환경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그린케어(Green Care)라고 하는데 벨기에는 사회복지를 접목한 지원센터인 그린케어협회를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벨기에 그린케어 치유농장은 혼합, 원예, 축산, 낙농, 과수, 묘목, 육종, 말(승마) 등 각 분야별 농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농장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떨어져 있다. 그린케어의 대상을 보면 비행 청소년 등 학생(12~18세)이 45%로 가장 많으며 스포터센터, 농장, 학교가 가장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유럽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그룹별 치유를 하고 있는 형태인데 반해, 벨기에는 1대1일 치유를 더 중시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관리 소홀을 우려해서다. 윌리엄 롬 바운트 씨는 "벨기에는 농장에 1명씩 보내는 1대1 치유를 고수하고 있는데 2명일 때는 부부가 케어를 같이 해야 한다"면서 "이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환자들의 돌발행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인원이나 수준 등 농가마다 상황이 달라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체계를 갖고 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농가들이 시설을 보충하고 재투자를 위한 소득까지 올려야 하는 과제를 풀어나가고,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게 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며 "농장주 간에 의견교환 등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치유농업 사례

청주성신학교의 원예치료

성신학교는 청주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원예치료가 활성화된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학교에서는 유치원부터 2년제 대학(전공)까지 32학급 216명, 교직원 109명의 중증정서 장애인 특수학교로 자폐증, 과잉행동장애, 위축증 등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성신학교의 도시농업은 크게 전공과 장애학생들이 참여하는 '원예치료'와 전교생이 함께하는 '원예재배'로 나뉜다. '원예치료'는 원예활동에 참여하는 즐거움과 함께 자기표현 능력이 증진되고 자신감을 부여하는 등 긍정적인 정서와 자아형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원예재배'는 씨앗 파종, 가식, 정식, 돌봄 등의 과정을 통해 생명의 귀중함을 인식하고 직업 교육 활동과 연계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은 학교 뒤편 텃밭에서 기른 농산물을 수확하고 판매하는 경제적 경험까지 한다. 특히 원예작업실에서는 허브향 주머니, 허브소금, 허브빵, 화분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천연 염색 염료 식물인 메리골드를 직접 채집해 스카프나 손수건, 옷을 염색해 만들어 입고 있다.  

원예치료센터 ‘뜨락’

경산시에 위치한 뜨락은 원예치료센터다. 뜨락을 방문한 이들은 꽃을 보고 만지면서 즐기고,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고, 꽃차를 마시면서 자연의 스토리를 배운다. 개인 및 가족단위, 교육기관, 복지기관, 의료기관, 문화예술기관 등에서 참여한 대상자들에게 농작물의 재배와 활동 속에서 치유전문가와 상호작용을 통한 교육 및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꽃과 농업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끊임없는 소통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뜨락은 최근 그 영역을 더욱 넓혀나가고 있다. 유아들을 위해 다양한 원예활동으로 단계별, 계절별 프로그램을 구성해 제공하고 있으며, 초등생들에게는 창의체험활동 및 도움반 원예치료프로그램, 돌봄교실 등 복지프로그램, Wee클래스 심리정서지원프로그램을, 청소년(중·고등학생)들에게는 전일제창의체험활동, 진로탐색활동, 복지대상청소년 정서지원프로그램 등을 진행 중이다. 또 지역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및 지역아동센터를 위한 프로그램, 노인요양원과 정신요양원, 병원 등에 재활 및 심리 정서지원 및 복지를 위한 원예프로그램 운영, 직장내 소통 및 힐링을 위한 연수프로그램, 토요휴교로 인한 학생들의 건전한 여가활동을 위한 치유와 교육을 목적으로 한 농장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대상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의 치유농업지도자 과정과 사례

[영월군 수주면 '무릉도원'] 
무릉도원은 팬션을 운영하면서 체험농장을 통해 치유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무릉도원에는 맘껏 뛰어 놀수 있는 잔디밭 외에도 허브, 고추, 상추 등을 심어 놓은 텃밭 격인 식물체험장과 황금계, 금수남, 금계, 토종닭 등 일반인이 보기 힘든 동물들이 살고있는 작은 동물원, 연못 등을 갖추고 있다. 

[횡성군 우천면 '채림효원']
채림효원은 교육농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자생식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실·내외 교육장과 작은 연못, 애완 닭의 계사 등을 갖추고 학교 교육과 연계한 식물의 생태학적 이해를 통한 과학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엽화, 꽃누르미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양양군 현남면 '달래촌']
달래촌은 힐링 밥상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산림에 자생하는 친환경 산채와 청정나물을 활용한 약산채 밥상 등 자연 식재료만을 이용하는 10여 종의 치유음식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200평 규모(2층)의 몸마음치유센터를 신축, 내부에 백선토 원적외선 찜질방, 마음치유 도서관, 단체 숙박이 가능한 융복합 공간의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치유농업의 효과

미국의 원예치료협회에 따르면, 치유농업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 내가 키웠다는 소유의식, 무엇인가를 돌보는 사람이 된다는 자존감을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내의 치유농업은 시작단계다. 특히 힐링 트렌드에 맞추어 농촌체험과 건강을 연계시키는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치유농업을 단순히 병원치료와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치유농업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므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좋다. 또한, 농업 및 농촌의 체험활동은 다양한 신체부위를 이용하기 때문에 근육을 강화하고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준다. 자연의 생명력을 지닌 녹색 식물은 정서적 안정감도 높여준다.

국내의 치유농업의 효과는 농촌진흥청(2014)이 경북 김천교도소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24회에 걸쳐 농업을 체험하도록 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되는 물질은 코리티솔의 농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치유농업은 교정행정의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치유농업은 앞으로
1) 농업의 가치와 외연 확장
2)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 가능 
3) 신규 유입인력의 촉진 (고용창출) 
4) 농업의 전문성에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등 다양한 분야 융합 
5) 가장 중요한 목적  “국민의 건강과 행복”  달성에 기여 
위와 같이 전망되고 있다.